아쉽게 끝난 박근혜대통령의 통일 드라이브(2017. 3. 20.)



신창민(객원논설위원)


후세 사가들이 볼 때 통일은 박근혜 대통령 시기부터 태동되었다고 기술할 것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R이론을 비로소 처음 파악하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R이론은 현실적으로 대북 정책의 기본은 북에는 정권과 주민이 별개체로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1990년대 초반 노태우 대통령 시기에 필자가 제시한 구도이다.

그러나 그 후 어느 대통령도 그에 눈길을 주지 않다가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러 처음으로 그 가치에 주목하게 되었다.

2012년에 출간된《통일은 대박이다》가 기초가 되어 2014년 초 박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라고 언급하면서 시작된 통일대박론의 틀이 국민정서를 비용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면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히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연이어 드레스덴 선언, 다보스 포럼,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등 가시적인 행보가 이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월호 사태가 벌어지면서 통일로 가는 동력은 점차 희미해져 가다가 급기야 완전히 상실된 채로 한동안의 시일이 지나가고 말았다.

그 후 북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이 이어지면서 박대통령은 북핵 저지에만 올인 하는 정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R이론에 따르는 정권, 주민 2트랙 정책 가운데 북 정권에 대응하는 한쪽 날개만 가동시키는데 그치게 된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주민의 민심을 이끌어 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인데 말이다.

지키기만 하려면 북을 압박하는 것도 좋고, 봉쇄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통일이 근본적 목표라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북 주민의 민심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에 있어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개성공단 폐쇄는 악수를 둔 것이다.

만일 박대통령이 북측을 몰아세우다가 종국에는 무력으로 해결을 해 볼 생각이었다면

개성공단 폐쇄 정도가 아니라 더한 것도 좋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면 이것은 기분풀이 나 단순 대외 전시용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대북 접촉을 몇 번 시도 했지만 북에서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너무 유치하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반증이다.

북에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핵무기 몇 개와 자존심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거기에 대고 무엇을 직접 해주겠다고 직선적 접근을 하다가 뜻대로 안되었다고 그냥 쉽게 물러서고 만다면 할 말을 잃는다.


우리가 북 주민을 이롭게 하면서 다가갈 수 있는 길은 무수히 많이 숨겨져 있다. 그런데 단선적인 사고방식과 태도만 가지고 있다면 그 길 가운데 어느 하나도 안 보일 수 있다.

여하튼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을 배경으로 일단 세가지 큰 성과를 얻어 내었다.

첫째 통일이 경제적으로 부담이라는 국민정서를 엄청난 이득이 따라 온다는 통일대박론으로 국민들의 생각이 단기간에 통일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획기적으로 전환시켜 놓았다.

둘째 근래 남에서 대두된 통일대박의 정서가 북 정권의 사기를 은연중에 위축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셋째 미국 정부로부터 우리의 통일정책에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지대한 공헌이 있었다. 《통일은 대박이다》 책의 영문본이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장관 등 미국 수뇌부에 2014년 4월에 전달됨으로써 그 해 9월에 이르러는 “미백악관 통일대박론⦁드레스덴구상지지”라는 속보가 TV화면에 올라오기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통일대박론 중심의 통일정책을 알고 있으며 지지한다는 의미이다.

드레스덴 구상도 따져 보면 그 저변에 R이론이 깔려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그 후 북핵 미사일 때문에 봉쇄 압박정책을 시작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것이 북한 주민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우리가 북 주민을 통하여 통일을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다는 우리의 통일정책을 미국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뒤돌아보면 실제로 여타 어정쩡한 정치인들과는 다른 입장에서 북주민의 민심을 통해서 과감하게 통일의 길을 열어갈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던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에 따르는 공백 기간을 거치면서 임기 후반으로 가는 과정에서 북 봉쇄 압박정책으로 안보 일변도의 정책으로만 갔다. 정작 통일의 길은 외면한 채 선명성만 강조하는 낮은 수준에만 머물다가 끝나고 말게 된 아쉬움이 남는다.


통일은 북 주민의 손을 따라서만 올 수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대박론 초기에는 그 점을 감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 단적인 표현이 봉쇄 압박정책이 고도화 되어 가는 과정에서도 북 주민들에게 “자유의 터전”으로 내려오라는 발언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데 나타난다.

이와 같이 핵심을 꿰뚫고 있는 혜안까지 이르렀음에도 실제로는 별 성과를 얻지를 못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사람을 잘 못썼다. 통일대박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인사를 정부 전반기에 통일부 장관에 그렇게 오래 앉혀 놓고 어떻게 보좌를 받을 수 있었겠는가?

또 한 가지는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 한 것 까지는 아주 잘 한 일이지만,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지를 못했다. 더욱이 대통령 직속의 이 기구를 대통령이 확고한 방향감각을 가지고 직접 진두지휘까지 했어야 하는 데 오합지졸인 상태를 그나마 방치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북의 정권과 주민을 분리 대처하여 통일로 가는 R이론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처음 열기 시작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적 공헌을 높이 평가한다.

그 위에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박 대통령은 통일의 길을 실제로 닦아 나가기 시작하는 데 있어서는 진도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보수 진보 진영 논리를 넘어서서 우리 겨레의 희망찬 장래를 위하여 다음 정권들에서는 통일대박 구도의 큰 틀을 그대로 살려 나가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채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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